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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청춘!

문화포털 기자단 2015-09-29
달려라, 청춘!

달려라, 청춘!
-한국 최초 사막 마라톤 우승자, 안병식을 만나다-

 


 

유년 시절부터 혼자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림 그리기와 달리기를 즐겼습니다. 혼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군 복무 시절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 마라톤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졌습니다. 제주대 미대 졸업 후 미술 강사 생활을 하면서도 그 꿈은 식지 않았고, 20대 후반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싶었습니다. 그 소박한 꿈은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한국에서 국제 트레일러닝 대회를 기획, 개최하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 최초 사막 마라톤 우승자인 안병식 러너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말합니다.

 

 

 

결단의 용기

 



안병식 러너 ⓒ A-PLAN

 

 

그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의 꿈을 이룬 후에 철인 3종 경기, 울트라 마라톤 등을 하다가 32살에 이집트 사하라 사막에 가게 되었습니다. 올해로 정확히 10년입니다. 인생에서 딱 한 번 사하라 사막을 가고 싶다 했던 것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험난한 여정을 달리는 안병식 러너와 기쁨의 순간 ⓒ A-PLAN

 

 

2005년 10월 이집트 사하라 사막 250km를 시작으로 이듬해 6월 중국 고비 사막 250km 마라톤에 참여해 한국 최초 사막 마라톤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같은 해 7월 칠레 아타카마 사막 250km를, 10월에 다시 이집트 사하라 사막 250km를 달리는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2008년 4월에는 남극(Last Desert) 마라톤 130km를 3위로 완주하면서 한국인 최초로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냅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 해 베트남 정글 235km를 달린 뒤 곧장 북극점 마라톤까지 우승하면서 죽음의 레이스를 제패합니다.

 

그의 이력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무시무시한 사막 마라톤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일반 도로를 달리는 마라톤이 지겨워질 무렵이었던 30대 초반에 신문에서 사하라 사막 레이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화로 500만 원 정도가 드는 큰 비용과 사막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주저하게 했지만, 그때 용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지르는’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달리다

 



함께 달리는 대회 참가자들 ⓒ A-PLAN

 

 

 

그는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을 때의 소감을 물었을 때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물었을 때도 ‘함께’를 강조했습니다. 타이틀에 대한 만족보다는 매 순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함께 달렸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혼자 달리는 일등보다 순위에 얽매이지 않고 함께 하는 달리기가 소중합니다.”
  



고독과 고통은 삶의 자양분




북극에서 고통과 환희의 순간 ⓒ A-PLAN

 

 

함께하는 것이 소중하지만, 결국 달리기는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고독의 시간입니다. 그는 달리기를 혼자만의 명상 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이른 아침의 달리기를 하는 때를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손꼽습니다. 대회에 나가 힘든 극한의 순간들을 수없이 직면하지만, 그 육체의 고통은 한순간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고통의 순간을 견뎌내고 나면 더 큰 보람과 성취의 행복이 있습니다. 고통이 크면 뒤따르는 행복은 더 크고 소중합니다.”

 

 


꿈꾼다는 것


 


제주 국제 트레일 러닝 대회 ⓒ A-PLAN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싶다는 작은 꿈을 꾸었습니다. 꿈을 하나씩 이루어갈 때마다 새로운 꿈이 생겼고, 꿈을 향해 조금씩 실천해나갔을 뿐인데 어느새 ‘한국 최초’라는 수식이 그를 따라붙었습니다. 그동안은 세상 곳곳을 달리기만 했는데 대회의 기획자로서 한국에도 외국 대회처럼 새로운 대회를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도로가 아닌 산이나 목장, 초원지대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Trail run)을 국내에도 활성화 시키고 싶었습니다. 외국 유명대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코스와 자연경관을 지닌 제주도는 국내에서 최고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주 국제 트레일 러닝을 기획, 운영하는 그는 준비 과정에만 2~3년이 걸렸다고 말합니다. 트레일 러닝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확보나 협찬사를 구하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도 점차 일반 마라톤보다 트레일 러닝이 인기를 끌며 활성화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예상했고, 회를 거듭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제주뿐만 아니라 부산과 강원도에서의 대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힘든 과정은 반드시 있습니다.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중요하죠. 한 번뿐인 삶을 즐기면서 후회 없이 산다는 마음으로 지속해나가다 보면 그 꿈에 다가가 있을 것입니다”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트레일 러닝 대회에서 묵묵히 달리는 참가자 ⓒ A-PLAN

 

 

가을이 깊어갑니다. 이른 아침 어느새 차가워진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 말 그대로 애간장이 녹습니다. 좋은데, 쓸쓸해서. 하늘은 왜 이리도 푸르게 높아만 가는지, 청춘들의 가슴도 하늘 따라 파릇파릇 높아졌다가 푸른 멍이 남습니다. 높은 취업 문턱에 고개를 떨구고, 진로를 정한 뒤에도 방황하기도 합니다. 마음속 떠나지 않는 물음표가 무겁습니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이 계절을 핑계 삼아 바람 따라 휩쓸리고도 싶지만, 입술을 질끈, 다시 시작해봅니다. 그렇게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안병식 러너가 말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가지세요. 방황하고 아파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꿈을 찾아가는 것이 삶 아닐까요? 비록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제주 국제 트레일 러닝 대회(Trail Run Jeju) 정보

- 일시 : 2015년 10월 9일(금)~11일(일), 3일간
- 장소 :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가슴이 오름 일대)
- 코스
1) 10일(토) : 5km 오름 트레킹, 10km, 20km 트레일러닝
2) 9일(금)~11일(토) : 100km 제주횡단 레이스

- 대회 관련 문의
1) 공식 홈페이지 : www.trjeju.com
2) 전화 : 064)727-2012
3) 이메일 : trjeju@naver.com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글) / 장수영(편집)